베트남 현지 법인에 파견 나온 지 한 달쯤 됐을 무렵, 어느 저녁 회식 자리에 함께했던 통역 담당 현지 직원이 갑자기 조심스레 내게 물어보더라. “혹시… 밤에 특별한 데 가보신 적 없으세요?” 그 말투와 눈빛에서 이미 의도를 읽을 수 있었고, 나도 모르게 씩 웃으며 “한 번쯤은 괜찮지”라는 말을 꺼냈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핸드폰을 꺼내더니 이미 예약된 듯 차를 불렀고, 우리는 곧장 회식장을 빠져나왔음. 다낭 시내를 지나 작은 골목 끝에 다다르자, 어두운 밤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나는 가라오케 간판이 눈에 들어왔음. 처음엔 다소 긴장됐지만, 술기운에 떠밀려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안으로 향했음. 그때까지만 해도, 내 안에선 아직 이성의 끈이 붙어 있었고, 이게 어디까지 갈지는 알 수 없다고 생각했음.
가게 안은 예상보다 조용했고, 은은한 조명과 낮게 깔린 음악이 오히려 긴장을 덜어줬음. 양주 세트를 시켰고, 골든블루 한 병에 맥주, 마른안주, 과일까지 빠짐없이 세팅됐음. 테이블 너머로 진동하는 베이스와 느슨한 리듬이 방 안 공기를 흔들었고, 머릿속은 묘하게 가벼워졌음. 초이스는 조용히 시작됐고, 문이 열리자 베트남 여자들이 촤르르 천천히 들어왔음. 화려하게 꾸민 여자들 사이에서, 딱히 튀지 않았던 한 명이 유독 시선을 끌었음. 그녀는 과하게 예쁘지도, 눈에 띄게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이상하게 시선이 머물게 하는 분위기가 있었음. 조용히 내 옆에 앉은 베트남 여자는 가볍게 웃으며, 아주 자연스럽게 물었음. “오늘, 긴 하루였어요?” 그 한마디에 어깨가 풀렸고, 나는 그 순간 이미 그 밤의 절반쯤은 건너가고 있었음. 그녀는 말이 많지 않았지만, 움직임은 매끄럽고 부드러웠음. 내 잔이 비어 있으면 자연스럽게 채워주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짧은 미소를 남겼음. 무리하게 들이대거나 불필요한 스킨십은 없었고, 그 차분한 태도가 오히려 나를 더 끌어당겼음. 우리는 특별한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분위기는 아주 천천히 끓듯 올라갔고, 베트남 여자는 말을 아끼는 대신 손끝으로 나를 건드리기 시작했음. 어느 순간 그녀가 내 팔에 손을 얹었고, 손가락으로 조용히 손등을 쓰다듬더라. 그 단순한 움직임 하나에 숨이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이었고,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음. 베트남 여자, 그녀는 터치 하나로 공기를 바꾸는 사람이었음. 말보다 손이 빠르고, 눈보다 감각이 앞서갔음.
과일을 건넬 때도, 술을 따를 때도 그녀의 손끝은 의도적으로 조심스러웠고, 그 안에 묘한 진심이 묻어났음. 그 미묘한 감정선이 가슴 언저리를 계속 건드렸고, 어느 순간 감정이 무너지기 시작했음. 그녀는 조용히 내 귓가로 다가와 속삭였음. “오빠, 방 옮길까요?” 말 끝에 닿은 숨결이 이상하게도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기분이었고, 머리는 망설였지만 몸은 이미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음. 방 이동은 생각보다 자연스러웠고, 붐붐 포함 숏타임 가격은 170불. 별다른 설명도 없이 직원이 알아서 정리해줬고, 나는 어느새 또 다른 공간 안에 들어서 있었음. 그곳은 더 조용했고, 조명은 훨씬 낮았으며, 분위기는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색을 띠고 있었음. 그녀는 말없이 수건을 내게 건네며 말했다. “천천히 해요. 시간 많아요.” 그 한마디에 다시금 긴장이 풀렸고, 나는 샤워실로 들어가 찌든 하루를 씻어냈음.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그녀는 침대 위에 조용히 앉아 있었고, 불빛 아래 그녀의 눈동자는 유난히 고요해 보였음.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내 앞에 섰고, 갑작스럽지도 과하지도 않은 타이밍에 입술을 맞춰왔음. 베트남 여자, 그녀의 키스는 격렬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 이상하게 진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음. 손이 내 목 뒤로 감기고, 천천히 허리를 따라 내려가며 내 몸을 읽듯 움직였음. 입술은 이어졌고, 그녀의 호흡은 내 귓가에서 점점 깊어졌으며, 숨소리는 서로의 가슴에 닿을 만큼 가까워졌음. 내가 리드하지 않아도 그녀는 자연스럽게 몸을 맞춰왔고, 붐붐은 격렬하게 시작되기보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가왔음. 그녀의 골반은 느리게 움직이다가, 내가 반응하면 템포를 높였고, 내 가슴을 타고 흐르는 손길은 감각의 파도를 만들어냈음. 그 모든 동작이 마치 계산된 것처럼 매끄럽고 정교했음. 눈을 감고 있던 내 눈꺼풀 아래로 그녀의 입술이 닿을 때, 나는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고, 감정까지 함께 열려버렸음. 방 안의 조명, 미묘한 음악, 서로의 땀과 숨소리만으로 충분히 하나가 된 순간. 붐붐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정지된 감정을 흔들어 깨우는 충격이었음.
끝난 뒤, 나는 다시 샤워를 했고, 돌아와 보니 그녀는 여전히 침대에 앉아 있었음. 옷을 챙겨 입고 머리를 묶던 그녀는 나를 보며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 “오빠는 착하네요. 너무 긴장했어요.” 장난스러운 농담처럼 들렸지만, 그 말은 이상하게 가슴에 깊이 박혔음. 그날 밤, 베트남 여자, 그녀는 내가 애써 감추고 있던 감정을 그대로 꺼내 흔들어 놓은 사람이었음. 다낭 가라오케에서의 첫 경험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었고, 충동도 아니었음. 처음엔 호기심이었고, 다음은 본능이었으며, 마지막엔 감정이었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일이지만, 그 밤은 유독 선명하게 각인돼 있음. 그리고 지금도 문득 떠오르는 건 그녀의 그 짧은 웃음, 조용한 손끝, 그리고 마지막에 했던 그 한마디. 선을 넘은 건 어쩌면 나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선을 무너뜨린 건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그녀였음. 다낭이라는 도시에 묻어버릴 수 없는 밤. 지금도 그 장면은, 내 기억 속 가장 조용한 파문으로 남아 있음.